며칠 전, 바쁜 진료실을 잠시 벗어나 삿포로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평소엔 퇴근하고 늘 진료 기록이나 다음날 스케줄로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이번만큼은 비행기표를 끊는 순간부터 괜히 마음이 들뜨더군요.
전날에 부산에서 친한 형님의 결혼식이 있었던 탓에 부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김해 공항으로 아침 일찍 향했습니다. 비행기 시간은 11시였지만 저는 항상 공항에 3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된다는 생각에 6시부터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8시쯤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김해 공항에서 김치찌개 친구와 김치찌개 한 그릇을 하고 면세점을 둘러보며 쉬다 보니 금방 11시가 되었더라고요. 비행기를 타고 삿포로로 출발했습니다. 2시간 반쯤 지나 1시 30분경 도착. 공항에 내리니 그 낯선 공기와 냄새, 그리고 하늘빛이 “여행지에 왔다”는 걸 실감 나게 하더군요.
공항에서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2시쯤 예약해둔 타임스 렌터카에서 차량을 픽업했습니다. 저는 일본에 오면 웬만하면 렌트를 하려고 하는데요. 렌트를 하면 골프 치러 가기도 편하고 어디 가기도 좋고 합니다. 갔더니 한국인 직원분이 계셔서 너무 편하게 렌트를 했는데요. 심지어 골프 치시기에 차가 작을 것 같다고 큰 사이즈로 업그레이드까지!! 너무 기분 좋은 여행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이후 익숙하지 않은 도로를 따라 조심조심 숙소로 향했습니다. 숙소는 비아인 프라임 삿포로 오오도리 호텔. 오후 렌트카 픽업한 곳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삿포로 시내의 숙소였는데요. 3시 반쯤 도착해서 잠깐 짐을 풀고, 마음을 정리하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여행은 이렇게 쉬어가는 시간이 또 소중한 것 같아요.
조금 여유를 찾고 4시 반쯤엔 이번 여행의 메인이벤트(!)인 삿포로 비어가든으로 향했습니다. 삿포로 하면 맥주죠. 박물관을 잠깐 둘러보며 옛 맥주의 역사와 공정을 구경하고, 드디어 5시 반에 예약해 둔 비어가든 포플러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여긴 고기와 맥주 무한리필이 매력인데, 가격은 인당 5만 원 정도였지만 그 값어치를 충분히 했습니다. 양고기와 돼지고기, 소고기가 한 상 가득, 그 옆엔 시원한 생맥주가 가득. 오랜만에 진심으로 “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료실에선 늘 시간에 쫓기는데, 이 순간만큼은 시계도, 핸드폰도 잠깐 내려놓고 고기 굽는 소리, 맥주잔 부딪히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7시 반까지 배부르게 먹고 마시며 여행의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7시 40분 골프 일정이 있었던 터라 술은 딱 기분 좋을 정도로만. 그렇게 8시쯤 숙소 근처로 돌아와 숙소 근방을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삿포로의 밤은 시원하고 좋더라고요. 술도 한잔하고 적당한 일본의 거리를 구경하며 걷다가 숙소로 들어가서 샤워하고, 창밖 야경을 잠깐 바라보다 곧 잠에 들었습니다.
짧은 하루였지만 진료실 밖 세상에서, 고기와 맥주, 그리고 삿포로의 공기 속에서 작은 쉼표를 찍고 온 기분입니다.